2019. 11. 13. 17:00 |
역시 ‘내공 깊은’ 작가의 조형성은 재료가 바뀌어도, 매체가 달라도 그리 변하지 않는다.
자신 만의 조형미를 작품에 투영시킴으로써 관람객에게 울림을 전한다.
동판화 작품으로 유명한 강승희 추계예술대 교수의 동판화가 아닌 유화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.
수묵화의 먹 번짐 효과를 동판화으로 표현해내는 등 ‘동판화의 대가’로 불리는 강 교수가 동판이 아니라 캔버스를, 잉크가 아니라 유화 물감을 잡았다.
니들(동판화 도구인 바늘·송곳), 스크래퍼(긁개)와 더불어 붓을 손에 들었다.
대학·대학원에서 유화를 정공한 그이지만 ‘꽃길’인 동판 작업에 안주하지 않고 작가로서의 실험, 도전에 나선 지 어느 새 5년여가 지났다.
작품으로 스스로를 대변하고 발언하고 행동하는 작가에게 자신의 조형성을 맘껏 드러낼 수 있다면 동판이면 어떻고, 캔버스면 어떠하랴.
강 교수가 “숱한 밤을 지새우며 작업한” 유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. ‘강승희 전’이란 이름으로 노화랑(서울 인사동)에서다.
강 교수는 “그동안 동판과 유화를 함께 선보인 적은 있지만 유화 작품 만으로의 전시회 사실상 처음”이라며 “뿌듯하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반응이 기대된다”고 밝혔다.
작품전에는 40여년 화두로 삼아온 새벽을 담은 시리즈 30여점이 내걸렸다.
한 그루의 소나무가, 드넓은 도심이, 바닷가의 배들이, 숲이, 고향인 제주도의 한라산 백록담이 화폭에서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.
밤과 아침의 경계이자 뭇생명들이 깨어나 또 하루가 펼쳐질 새벽의 공기, 냄새, 정서가 화면에 가득하다.
첫새벽 만이 품고 있는 푸르른, 꿈틀거리는 기운이다. 작품들은 서정적이고 관조적이라 할 만하다.
깨어나는 도심을 한 발짝 떨어져 저 멀리 아래로 내려다본다. 풍경이되 더 이상 덜어낼 것 없이 간결하고 담백해 명상적이기까지 하다.
여기에 관람객의 사색을 불러내는 동양화의 여백같은 빈 공간도 눈길을 잡는다.
작가는 “저 새벽에 향수도, 조금의 외로움도, 명상도, 영원한 동경도 담았다”며 “눈물겹게 얻어낸 서정성”이라고 말한다.
작품들의 짙은 서정성, 울림은 색감이나 구도, 시점, 붓질 등 여러 요소의 융합으로 이뤄진다.
특히 붓과 더불어 니들, 스크래퍼, 망사포 등 동판화 도구들을 함께 적절하게 활용한 덕분이기도 하다.
그동안 숱한 실험, 연구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동판작업 도구들로 자신만의 표현법을 터득한 셈이다. 다른 유화와 차별화된 ‘강승희의 유화’ 작품인 셈이다.
강승희 개인전. 노화랑. 2019. 11. 06. - 11. 20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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